Flufabely 2025. 4. 6. 16:38

 
 
 바다를 담고 있나? 아닌데. 분명 그의 눈은 붉은색과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되려 평생을 무서운 눈이라고 손가락질받았던 것 같았는데. 신기하네. 그의 손은 작게 중얼거리던 입을 거쳐서 제 오른눈 더듬거린다. 바다를, 담고 있나. 지금 내가 시선에 담고 있는 것은 분명 너 하나인 것 같은데. 
 
 
  응, 나도 같이 가고 싶었어. 바다로.
 
  너와 같이 어른이 돼서. 모든 문턱을 넘어서.
 
  하지만 우리가 온전히 발 딛고 서 있을 세계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먼저······.
 
 
 받아주지 않는 세상을 등 뒤로 돌리고 떠났으니.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지만, 너를 보고 있자니 없던 미련 따위가 생겨나는 게 아니던가.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좀비 사태가 발발한 뒤에야 처음 마주한 너였는데. 너에 대한 깊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물음이 수면 위로 얕게 떠오른다. 이를 건져 올려 상냥히 대답해 줄 사람은 없건만. 그래, 아프지. 살아 있으니까 아픈 거지. 따위의 말을 건네면, 스스로 나는 살아있지 않아서 아프지도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다, 마냥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건조하고 미묘하면서도 눅눅하고 답답한 이 기분은.
불쾌하네.
 
 
  그러니까. 나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라고?
 
  너 혼자서. 멍청하게, 사람 하나에 목 매여서. 여기로 온 거라고······.
 


 지그시 눈 감았다 뜨면 시야를 가득 채우는 밤하늘이 보인다. 별이 콕콕 몇 개 박혀 있는, 적막한 날이다. 공기가 차가운 것 같다. 공기가 목을 매는 것 같다. 존재하지도 않는 숨을 틀어막는 것 같다. 부서진 지 오래인 기도가 다시금 흩어지는 것 같다. 울렁거린다. 네 말을 듣고 있자니, 힘에 부치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지 않아도 네가 우는 것 같아서. 네가 나를 보는 것만 같아서. 네가 좋아서, 네가 싫어서.
네가 죽을 것만 같아서.

 

 

 

 욱여왔던 말이 허공으로 번진다. 말과는 달리 잔뜩 구겼던 얼굴은 밑으로 떨어진다. 등까지 앞으로 숙여서 양손에 제 얼굴 파묻고 한참을 말없이 서 있는다. 가끔 들썩이는 등 말고는 아무런 변동 없이 숙이고 있던 그는 곧- 그러든 말든 너 알아서 해. 어차피 내가 막아도 듣지도 않을 거면서. 아까와는 달리 문장이 크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