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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使

Flufabely 2025. 6. 23. 00:17

 
 

 
 
 
 
본 로그에는 욕설, 살인 묘사, 난도질, 식인, 신체의 찢김, 새로운 신체가 돋아남, 뼈 돌출, 유혈, 글리치, 쨍한 색감 등의 폭력수위 4에 해당하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주의 부탁드리며, 위 사항에 트리거가 있으실 경우 로그를 스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제 옛 연인이 자신의 몸을 지배한 지는 이틀 정도 되었다. 탐사에 다녀왔을 때부터 그랬다. 별 관심도 없던 자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들을 돌보기 시작했으며, 하물며 믿기 시작했다. 그때는 큰 생각도 없었다만, 돌이켜 보면서, 선데이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스터 선데이라는 작자는 그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인간의 흉내를 감히 낸다고 생각하여. 인간 본연의 존재가 아니라, 기계와 신체를 병합한 것이 꼴도 보기 싫어서. 인간 또한 가증스러운 존재라, 그들 전부가 역겨워서·········. 하여 믿기는 커녕, 다가가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번 임무만 끝나면 얼굴 더 안 볼 사람이니까, 막 대해도 되겠지. 오히려 저들로서 아름다움을 누리게 된다면 좋은 일이고. 그런 생각들로 임했다. 그리 지내왔다. 그렇게 지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무엇이지? 그는 자신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늘 파악하고 알아왔던 자신의 마음조차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주제에 감히 타인을 이해하려 들고 이해하고 싶었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꼴이랴. 
 
  그리고, 그 이유의 거대한 원인을 차지하는 이가 있었으니. 자신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해한 옛 연인 때문이었다.
천사라서 그랬던 것인지, 그저 그 자 자체가 그런 자여서 그랬는지. 겉부터 속까지 선한 이였으며 그것을 선데이에게도 베풀었던 자였다. 그리하여 연인으로 발전하였으나, 종교의 교리에 가로막혀 죄책감을 느낀 옛 연인은 선데이에게 이별을 고하니 비통함을 이기지 못했던 어리석은 선데이는 운명을 예상해 가져왔던 흉기로 옛 연인을 찔러 죽임에 이른다. 허망함에 싸인 첫 번째 찌름. 원망에 가득 찬 울부짖음에 이은 두 번째 찌름. 참을 새 없이 새어 나오는 방울들과 함께한 세 번째 찌름.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열 번째, ············. 천사의 피가 바닥을 적셔 나가니, 선데이는 그 찰나의 순간 죽음의 아름다움을 깨달았고, 그 아름다움을 더 탐하고자······
천사의 심장에 입을 대었다.
그리하여, 미처 다 죽지 못해 강한 원한이 남은 천사의 영혼은, 선데이의 몸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 선데이의 몸 속을 차지하고 있는 인격은 둘. 미스터 선데이의 본연. 그리고, 천사.
 
 
 
  유감스럽게도, 그것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운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들은 조금씩 결합되더니, 이번 임무로 인해 기어코 병합을 시작한 것이었다. 거기에다 선데이의 감염에 의해 더 나약해진 정신력을 파고 들어, 그것들은······.
 
 
 

 
 
 
 
미세하고 검은 날개는, 천천히 그의 두터운 살결을 찢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젠장. 그만해, ■■■. 내 말 들려? 저항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는가, 날개는 더 빠른 속도로 저를 성장시켰다. 제 숙소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비명이 이어졌다. 새로운 뼈와 살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뼈가 살을 뚫고 지나가면, 새로이 생긴 살덩이에는 검은 깃털이 자라났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 살갗은 연이어 찢어졌고, 그것의 범위는 커져만 갔다. 아파. 잘못했어. 제발, 부탁이니 멈추어 달라는 부탁. 절규, 내지는······ 절망.
 
  이윽고 그 형태가 완벽해진, 검고 큰 두 날개가 돋음과 동시에 소리가 끊기면, 숙소 내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희미한 정신줄은 붙잡고 있었다. 불규칙한 호흡이 용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 안 가 이어진 물에 잠긴 듯한 청각. 고막이 웅웅대면, 제 귀 몇 번 턱턱 치다가, 갑작스레 아무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청각이라도 잃은 것인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크게 몇 번 소리 질렀다. 곧 청각은 돌아왔지만, 그것도 오른쪽 귀 뿐. 왼쪽 귀는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먼 시야, 흐려져가는 촉각 속에서 느껴지는 분명한 고통, 촉각 뿐만 아니라, 어째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여러 감각들이······ 마치 너는 죽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비로소 생의 진짜 의미를 찾아가고자 하던 그는, 죽음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죽기 싫어.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얼 할 수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치료를 받기엔 늦었나?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현재로썬 치료제 자체를 얻기도 힘든데다, 나는 무조건 치료제를 두 개 이상 사용해야 완치가 돼. 그렇다고 나만 위험한 것도 아니야. 만약 추가 감염자가 생겨난다면? 나 때문에 완치될 두 자의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니던가? 나는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가? 나는 두 개의 생명분을 무시할 만큼 가치 있는 자였던가? 나는, 나는·········.


어지럽다.
이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스러지는 감각에, 무력한 채로 그저 눈을 감았다. 여전히 얕은 숨을 지니고서.




_
 
두 인격의 온전한 결합. 혹은······ ···매우 불완전한 결합. 그것이 온전히 섞여,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한 발 더 앞서 나가 내적으로 성장할 지,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영원히 밀어내다 그 형체가 터져 산산조각이 나 파멸에 이를지.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