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6. 12:28ㆍ커뮤/일댈 · 비댓 · 답멘
이어지는 대답 아닌 대답에는··· 여전히 입가에 미묘한 웃음만 띄워 놓고 있을 뿐.
돌아왔다.
정녕 당신을 돌아온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
제 눈 앞에서, 그 누구보다 선명히··· 당신이 스러지는 모습을 목도했다.
타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그 모습을.
그럼에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한심한 나 자신을.
-그렇게 당신은 죽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당신은 분명하게 죽었으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 눈 앞에 서있는 '당신' 은······ 디스 파테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계일 뿐이지. 그의 감정과 행동, 습관을 정확히 습득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할 뿐이잖아. 이건, 당신이 아니야.
다시, 당신을 잃었을 때 처럼. 가슴이 욱신거리고 아파와서. 가슴을 붙잡고 고개 푹 숙인다. 수그린 자세에서, 얼굴은 당신에게 보여지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가 얼굴을 타고 툭툭 떨어지는 것을 보아, 그의 감정 정도는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제 머리를 감쌌다. 벌벌 떨려오는 손은 어두운 머리카락을 잔뜩 부여 잡았다.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낼 수 없었고, 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은 진즉 달인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어렵지 않았다. 어렵지 않아야 당연한 것이고, 마땅한 것인데. 그는 그럼에도 인간과 닮은 지성체라서. 끝내 잇사이로 옅게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딱히 어떠한 언어를 구사한 것도 아니고, 입이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는데. 흘러 나온 목소리에는 이상하리만치 고통이 가득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더니, 제 손등 들어 얼굴을 대충 문지르고는. 이전보다 눈시울 더 붉어진 채로. 웃는 얼굴로 당신 바라본다. 당신을 보는 그 눈은 무언가 확신에 들어찬 얼굴이었다.
그 웃는 낯은, 평소의 헤스페르와 다를 바 없는 모양새다.
짙은 눈물 자국과 다크서클, 눈가를 제외하면···.
차가운 손으로 제 머리가 만져짐에도. 딱히 별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든가. 아니면 당신이 너무 좋아서 바로 눈웃음 지었을 것이었다. 다만 그는 제 두 눈 깜빡거리면서 당신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다정한 시선이지만. 그 다정함은 '당신' 을 향한다고 보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러나 '디스 파테르' 를 향한 그 다정한 눈빛은··· 쉽게 거둘 생각은 없나보다. 전기 양의 꿈을 꾼다는 그 말에도, 웃음을 터트린다든가 하는 반응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당신을 관찰하는 듯이. 누워서,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입 열었다.
"있죠. 만약에 제가 죽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을 가정한 말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요. 저는 이미 한 번 죽은 디스 씨를 목도했으니까요. 당신의 심정이 궁금할 뿐이니까, 너무 진지해지지는 말아요. 눈 휘게 접어서, 눈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