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로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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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의 끝 앞에
머릿속이 자꾸만 헤집어진다.원망하는 말, 비난하는 말. 그리고 이전부터 쭉 나를 보는 시선마저.이런 걸 피해망상이라고 하던데. 여러 개의 목소리가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입했다- 고 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고통은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나를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래, 이런 시선은 사실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어.나는 태어나서부터 쭉 이런 시선 속에서 아득바득 살아남았으니. 하지만···지금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믿었다.그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들에 대해서 조금 더 다가갔다고 생각했었다.사태가 터진 후에도 마찬가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기울인 만큼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모두가 나를 악인[悪..
2024.08.22 -
떠나간 삶을 기록하며
쉴 새 없이 울었다.외로운가, 물으면. 그것은 아니었고.슬픈가, 물으면. 또 그것은 아니었다. 슬프지 않으면 나는 무얼 위해 우는가. 나는. 나는······.한참 동안 양손에 고개를 파묻어 어깨를 떨고 생각해 낸 결과는. 나는 떠나간 이야기의 작가들을 위해 울었던 것이었다.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이 세상에는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그리고 나는 좁은 새장에서 자라왔기에,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을 지에 대해 묻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이 그들은 떠나가버렸다.붙잡을 수 없었다.그들을 붙잡기에는, 일개 개인일 뿐인 나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힘이 없는 내가 미웠지만,내가 밉기보다는 저들을 사지로 내몬 자들이 원망스러웠다.너무나도..
2024.08.21 -
무제
"우리가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고요 속에서 내뱉은 첫마디였다.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사태가 처음으로 터진 날에 비할 수도 없을 만큼 늘어나버린 좀비의 수들. 저 중에 친구였던 것들도 존재하는 걸까, 싶은 생각에 더 내려다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제 양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다가, 다시 걸음 옮겨서. 3학년 교무실 앞에 도착한다. 손에는 쇠파이프를 단단히 쥔 채로. 내가 도대체 여기서 무얼 더 할 수 있느냐고 허공에 대고 묻다가 관두었다. 더 이상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질문을 한들 대답으로 돌아오는 것은 끔찍하리만치 가혹한 현실뿐이니까. 학생 회장은 힘이 없었고, 부회장은 인간쓰레기 그 이하도 되지 못하는 존재였으니. 나는 ..
2024.08.20 -
천천히 내려앉는
얼어붙고 있다. 점차 느려지는 사고회로에서 이것 하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극심한 추위. 아까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처음으로 병에 감염되고 12시간 후에. 손 끝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발목의 한쪽이 거의 다 얼어붙어간다. 설원 속에 홀로 떨어진 듯한 생생한 감각에 반비례해, 발목에는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게 된다. 아무리 누르고 꼬집어도 신체가 닿는다는 느낌 자체가 오질 않았다. 나는 지금 얼어붙고 있다. 자꾸만 감겨오는 눈과, 이미 감각이 사라진 손끝. 그리고, 왼쪽 발목. 온실 밖에 나가면 평생을 이렇게 살다가 죽어가는 걸까. ···Pollen을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Pollen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역겹다. 해보고 싶던 게 있었다. 옛날 청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2024.08.06 -
다시, 熱帶夜 아래서
숨을 들이켠다.그리고 다시 들이쉬었다.감았던 눈을 살짝 떠 보면, 검은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장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여름과 다를 것이 없어.소매를 걷어 본 시계는 영원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습한 여름. 밤인데도 올라오는 더운 열기.내가 죽었던, 끔찍하게도 덥던 그 여름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신의 손을 천천히 붙잡았다.그 차가운 듯 따뜻한 손을 잡고는, 앞으로, 천천히.다리에 의해 갈라지는 바닷물은 박자에 맞추어 계속해 일정한 소리를 내었고, 바닷물로 인해 다리가 젖어가는 것이 느껴진다.신발에 물이 차오르는 그 감각, 스타킹이 밑에서부터 천천히 젖어오는 그 느낌.나는 바다에 잠기고 있다. 그래도 마냥 가슴이 허하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면,지금은.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2024.07.16 -
後悔의 生에서
(*불안 증세, 폭력 행사 및 구타당하는 묘사, 혈흔 묘사, 상처, 처절함, 우울감, 불안감, 자기 비하, 공황발작 상황 묘사, 반복됨 및 띄어쓰기 없는 빽빽한 글자, 죽음과 자살 및 병에 대한 언급, 흉기에 찔리는 상황의 묘사, 기타 등등. 많이 주의해 주세요. 글이 상당히 우울하며, 불안한 형태입니다.) 언제부터였더라,죽음을 바라왔던 때가. 멀고 먼 옛날, 그러니까- 태어났을 때는, 죽음과 삶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어느샌가부터 나는 의식이 있었고, 살아갔으니까.나무에 맺힌 열매를 따서 먹고, 들짐승을 잡아먹었다. 지나가는 곳곳에는 다양한 색을 소유한 꽃들이 느릿 춤추고 있었고, 여러 형태를 가진 풀들은 바람에 의해 좌우로 흔들렸다.조금 더 넓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매우 오랜 시간..
2024.05.18 -
언젠가
언젠가 너는 그랬다.환히 웃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네왔고,유쾌하게 굴었다. 언젠가 너는 그랬다.나와 치고받고 싸우면서도,금방 다시 온순해져서는그런 낯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언젠가 너는 그랬다.요리를 만들어서는, 내게 내밀었다.먹어보라고.한 입 정도는 먹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후회를 한다고 한들 네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언젠가 너는 물었다.똑바로 나를 쳐다보면서,그 노랗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를 물었다.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라니. 그것을 내게 물어서 뭣에 쓰려는 건가. 이상하고, 궁금했다.살아남은 자로서,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었다.저를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달라는 유언도,곁에 끝까지 있어달라는 ..
2024.05.18 -
네가 살길 바랐지만. 너무 늦은 대답인가.
"···너의 그 이기적인 선택이 사람 하나 살린 거야, 멍청아." 당신의 새하얀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럽다. 나랑 비슷한 길이의 머리카락은, 유난히 어색하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당신은 늘 머리카락을 묶었었지. 묶지 않은 날에, 나는 늘 새로워했다. 오, 뭐야, 지은우. 스타일체인지. 심경의 변화? 뭐냐. 애인이랑 헤어진 것도 아닌데. ㅋㅋ. 머리끈이 끊어졌다고? 아니, 멍청아. 사면 되잖아. 왜 그렇게 불편하게 있어. 나? 나야 뭐, 맨날 이대로 다니니까 불편하진 않지. 익숙한 거야. .....바보 똥개라고? 이 미친, 너 말 다 했냐! ···그날의 기억이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당신의 목소리가 흐리게 떠오른다. 벌써부터 네 목소리를 잊으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씻기지도 않고,..
2024.04.21 -
나는·········.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아서,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죽은 사람인 양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해가 뜰 무렵, 창문에 가까이 다가간다. 고요하다. 마치 모두가 죽어버린 것 처럼. 싸늘하고,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마치 그 마저도 죽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새 떼가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렇게 많은 새들이 단체로 이동하는 건 처음 봤는데. 아, 진짜. 세상이 망할 때가 되긴 됐나보다. 창틀을 꽉 쥐던 그때, 바깥에서 날카롭고 높은 어떤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닌가. 이건, 절규에 가깝나. 창문에 귀를 대었다. 지성체들이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운명에 의해 고통에 빠진 소리가 세세하게 들려왔다. 귀를 떼었다. 죽은 눈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
2024.04.20 -
利己的 贖罪
(해당 글에서는 자기혐오, 죄책감, 살해, 죽음, 무력감, 영구상해 등등에 대한 트리거가 있으니 읽기 전 주의 바라십니다. 이에 대한 트리거가 있으시다면,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기적 [利己的]: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 속죄 [贖罪]: 지은 죄를 물건이나 다른 행동 따위로 비겨 없애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것만 보고 자라왔다. 고급지고 부드러운 옷,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 넓고 깨끗한 집과 누가 닦아놓았는지 모를, 늘 광을 내던 피아노까지. 모두에게 인정받은, 그 물려받은 눈으로··· 예쁜 세상만을 보고 왔다. 부잣집 귀한 딸. 그게 한서현이었다. 물론 겉치레였을 뿐이지만······ 그는 부잣집에서 사는 것도 맞았고, 귀한 재능을 가지고 있던 것도 맞았고, 딸이기도 하니까...
2024.03.30 -
深海에서 願洋을
기억을 더듬어 보자. 푸른 추위가 온몸을 감싸 돌고 있는 지금, 너와 나의 시작을 떠올려 보자. 그러니까,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된 그 순간부터······ 그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너를 사랑하며 마음 깊숙한 곳으로 다가왔던 감정들이, 다시금 나의 마음을 찔러주기를 바라면서. 결국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_ 생생하게 기억나는 쪽이 더 힘들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거의 잊어버린 쪽이 더 힘들까요-?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더 힘들지. 모든 것을 거의 잊어버린 건, 아쉬운 감정밖에 들지 않지만. 모든 것이 기억나는 건 말이야······.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나. 있긴 있었지, 그래. 19살 전 까지는······.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2024.03.07 -
獨白
너희들이 나의 부재에 부디 눈물 흘리지 않기를.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다만— 조금만 슬퍼하고, 평생 웃어주기를.
2024.03.01 -
하고 싶었던 말
있잖아. 너희들은 소원을 빈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 그냥~ 고기를 먹고 싶어요, 라든가. 청포도 음료를 마시고 싶어요라든가. 아니면, 세계정복! ···이라거나. ㅋㅋ. 하여튼, 너희들이 지금 간절히 바라는 소원들 중, 딱 하나만 고른다면 말이야. 내 소원? ...나는, - 좋아, 로웬. 오빠 이름은? - 테디! - 아니아니, 성씨까지 붙여 말해야지. - 음~ 테디 스펜서? - 옳지. 그리고, 오빠 나이는? - 15살! - 로웬의 나이는? - 10~살! - ···그래. 잘 기억하네. 음, 어디 보자, 오늘 날짜. 12월 9일······. 이름, 로웬 스펜서. 올해로 열여덟 살이 될 나의 동생. 노란 머리칼에 푸른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자라나 있어서, 누구보다 눈에 띄고 더 예뻐 보이는 나의 동생. 로..
2024.02.28 -
永遠の夏のあなたへ
어릴 적 봤던 동화에선, 늘 주인공이 멋있는 왕자님을 만난 후 서로 사랑에 빠졌다. 그러고는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했으며, 서로에게 평생을 약속했다. 그들의 주위에선 그들과 친한 사람들이 사랑을 축복해 줬고,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났으며, 새들은 고운 노래를 지저귄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할 줄 알았다. 내 인생에서 어느 날 누군가가 벼락처럼 찾아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모두에게 축복을 받고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남은 평생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에 겨워 어느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쁠 것이라고. 그러나 내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나는 부서진 환상을 겨우 품에 안아 들은 채 한적한 시골로 향했다. 뒤엔 푸르른 산이 있고, 앞엔 끝을 알 수 ..
2024.01.12 -
여름의 청춘에게
- 나 봐봐, 싫은 표정인지. - ···아니, 좋아 보여. 바람이 차갑게 나를 스쳐 지나간다. 콧김은 뜨겁고, 공기는 차갑다. 그리고 나는 네 앞에 서서, 너와의 추억을 잠시 회상한다. 1, 첫 만남 "······누구?" "나무 위에서 자고 있는 거야? ...그거 편해?" "응. 여기 편해······ 아무도 눈치 못 채거든. 넓기도 하고··· 너도 올라올래?" 첫 만남이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리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만남. 우습게도 너는 나의 기억 첫 장에서부터 웬 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는 저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그저 너의 매력이거니, 하고 생각한다. 2, 음료수 내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음료수다. 음료수를 마시고 나서부터··· 너와 더욱..
2023.12.01 -
02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3.11.29 -
0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3.11.29 -
바다 앞에서
그리고 나는, 바다 앞에서 영원을 맹세했다. 처음에는 너에게 별 다른 생각이 있던 게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달콤한 초코바를 꺼내 먹던 너만 기억했을 뿐이었다. 혼자 가위바위보를 하는 네가 신기하게 느껴져 같이 가위바위보를 했었던 때. 그런 네가 그저 신기하고, 특이하게 느껴지기만 했었다. 오직 그게 너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더라. 다른 이와 다를 바 없던 네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커플 바지를 함께 입자고 땡땡이 무늬의 수면 바지를 들고 있던 너에게 찾아갔던 것부터였던 것 같다. '웬 수면 바지에, 웬 커플 바지람.'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나는 너의 말에 따라 수면 바지를 입었고, 너에게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들었었다. 또 너의 꼬리를 만지고,..
2023.09.20 -
너희 덕이야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3.08.02 -
熱帶夜
자살 요소 | 유혈 묘사 등, 트리거 존재 합니다. 주의해 주세요. 끔찍하게도 덥던 그 여름날, 나는 죽었다. 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내가 룰렛에서 돌린 것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해 본다.핫*스, 미니 선풍기, 새우과자, 노란 고무줄, 편지지, 보조 배터리, 이온음료, 수경, 잠옷, 수2 문제집. ···친구와 같이 나눠 먹었던 새우과자, 같이 쐬었던 선풍기... 벌컥벌컥 마셨던 핫식스, 이온음료. 빌려주려고 했던 보조 배터리, 보는 것조차 끔찍했던 문제집···나는 남은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다. 내가 미처 다 쓰지 못한 물건을 누군가가 사용하길 바라면서. 나는 건물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자리를 손으로 쓱 훑어보기도 하고, 내가 자주 와갔던 곳을 들..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