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일댈 · 비댓 · 답멘(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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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T
"······모든 게 두려워서. 그냥, 그래서." 손이 천천히, 떨려오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그가 악몽을 더 자주 꾸게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소중했던 아이가 제 앞에서 저를 잡지도 못한 채 피나 흘리며 죽어가는 꼴을. 그리고, 그 모습은. 당신으로 바뀌어버린다. 단순한 죄책감이다. 그래놓고서는, 멀쩡히 당신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하면서··· 그래. 당신은, 저를 그렇게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쳐가는 육신과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때문에. 두려워진다. 당신이 제 이름을 부르자 퍼뜩 눈 뜨며 당신 쳐다본다. 잔뜩 붉어진 눈을 깜빡이며 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숨이 멈춘다. 시체 한 구, 팔목 하나, 손가락 한 마디. 그리고, 자신을, 마치 제어하는 듯한 말투. ..
2024.05.14 -
04-T
당신은 고개를 올려 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붉게 빛나는 눈과 마주친다. 온전한 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당신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당신의 눈에서, 저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버니맨이 아닌, 진짜 그가. 특정하지 못하나 분명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과는 다른 그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것이 싫어 당신의 눈을 잠시 회피했다.하지만, 그 스스로를 받아들여야 당신 또한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는 계속해서 당신을 보려 하고,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 텐데. 그 눈에 자신이 비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사랑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분명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 당신의 품에 제 머리를 가볍게 기대었다. 여기서 내가 나를..
2024.05.13 -
03-T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계속, 함께. 당신의 곁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저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약하고, 한심스러우니. 네가 만족할 만큼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네가 내 곁에 얼마나 오래 있을까, 싶기도 한다. 너는 찰나를 살아가는 작은 인간에 불과하니까— 나완 달리. 네가 오래 산다고 하더라도, 내가 살아온 삶에 비해면 잠시 들렀다 가는 수준이니. 당신과 함께 계속 머물고 싶다. 무색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온기를 나누고 있는 지금에.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과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걸어가기 무섭다. 최종장에선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떠나야 할 때가 올 테니까. 이별. ······겪..
2024.05.11 -
02-T
죽음은 순간이다.하지만, 죽음으로 인해.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그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인해 끝이 날까, 시작될까. 어느순간부터 그가 들었던 생각이다.그 일이 있고 난 후, 아주 오랜 시간 후에.그는 죽음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아무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았다.물론 죽음이 두려운 것은 맞다.하지만,그는 이제 죽음으로 인해 빼앗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그 어떤 죽음도 그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을 가져갈 순 없다.그의 생명을 가져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유감스러우나 그는 그의 생명을 그렇게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중한 이가 생긴 사람의 죽음에 대한 무게는 얼마나 거대한가.더군다나 그 사람이 저를 믿는다면, 사랑한다면.내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따라오..
2024.05.11 -
02-O
"네, 당연하죠.""제가 손을 잡아도 될까요?" 저가 손을 잡아도 되냐는 말에, 그는 흔쾌히 응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탈은 아주 간편한 도구다.표정을 쉽게 가릴 수 있고, 탈 안에서 무슨 표정을 짓더라도. 목소리로 티만 내지 않으면, 그럴듯하게. 또는, 완벽하게. 상황을 넘겨버릴 수 있는··· 거짓말쟁이 배우를 위한 훌륭한 도구다.그렇다고 이 탈을 처음부터 표정을 가릴 용도로 썼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진실한 목적은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한 용도.로웬, 너는 내가 널 더욱 웃겨주길 바라면서. 내가 더 웃었으면 해서, 이 탈을 선물했었지.유감스럽게도 탈의 의미는 변질된 지 한참이 지났다.탈을 쓴 그는, 여전히 타인을 웃게 만들었으나,정작 그 탈의 주인은 웃고 있나.그는 탈을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
2024.05.10 -
01-T
"······역시, 슬프지 않을까요?" 죽음에 슬퍼해준다.그것이, 그에게 있어 얼마나 와닿는 말이 됐을까. 그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어쩌면, 당신이 가늠하기 어려울 긴 세월을. 제 동료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에 비해서라면, 비교적 짧은 시간이긴 했으나. 당신에 비해서라면, 분명히 기나긴 시간일 것이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애도는 빠른 속도로 흩어졌으리라.이유는 간단했다. 곁에서 수많은 죽음을 봐왔기 때문이다. 사고에 의한 사망, 물에 의한 사망, 타인에 의한 사망, 스스로 선택한 사망과.그가 끔찍이도 싫어하고, 어쩌면, 유일하게 아직도 두려워할.질병에 의한 사망. -물론 직접적으로 두려움이 다가온 것은 아니다. 다만, 제게 있어 유일하게 소중했던 사람이..
2024.05.10 -
01-O
고맙다는 말에, 살며시 탈의 눈을 감아 웃어 보인다. 그럼에도 당신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감사하다 대답하는 말과 달리, 진정으로 풀리지 않은 것이겠지. 내가 뭘 해야 네 마음이 편해질까. 오랜만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깊게 생각하는 건, 그의 성향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워낙 깊게 생각했기에. 그래서, 그 과정은, 늘 최악의 결괏값을 불러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수를 맞은 후에서야 깊게 생각하는 것을 관두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더라도···. 네가 이 표정인데, 내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잖아. "···하나. 손 잡아도 될까.""포옹 대신······ 손을 잡고 싶어. 그러면,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까 해서." 낮고, 차분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
2024.05.09 -
조각을 손으로 끌어 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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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
잠겨버린 당신의 조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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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
푸름에 당신들은 잠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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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
너에게 보내는 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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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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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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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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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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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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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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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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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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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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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