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熱帶夜 아래서

2024. 7. 16. 20:55커뮤/로그

 

숨을 들이켠다.

그리고 다시 들이쉬었다.

감았던 눈을 살짝 떠 보면, 검은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장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여름과 다를 것이 없어.

소매를 걷어 본 시계는 영원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습한 여름. 밤인데도 올라오는 더운 열기.

내가 죽었던, 끔찍하게도 덥던 그 여름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신의 손을 천천히 붙잡았다.

그 차가운 듯 따뜻한 손을 잡고는, 앞으로, 천천히.

다리에 의해 갈라지는 바닷물은 박자에 맞추어 계속해 일정한 소리를 내었고, 바닷물로 인해 다리가 젖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신발에 물이 차오르는 그 감각, 스타킹이 밑에서부터 천천히 젖어오는 그 느낌.

나는 바다에 잠기고 있다.

 

그래도 마냥 가슴이 허하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면,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일 터다.

 

누군가 나의 흔적을 볼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흔적은 바다가 철썩 소리를 내면서 금방 덮어갈 테니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미 한 번을 거의 죽었고, 또 한 번을 완전히 죽었으니까. 세 번 죽는 것은 그리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회로 점철된 삶에 의해 나 자신을 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모에 대한 죄책감도,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여실히 느끼는 것도, 괴물이 되어 자아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까 두려워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시선을 받는 것, 가빠오는 호흡, 뇌를 찌르는 듯한 고통, 바늘로 살을 찌르는 듯한 고통 전부, 전부!

이제는 온전히 이 모든 여름으로부터 해방될 때다.

너무 오래 옥죄였었어.

안 그래? 유이안.

숨 좀 쉬자. 이제 진실로 모든 것이 끝나는데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혼자가 아닌 둘이니까. 함께니까. 더욱이 두려워할 것이 없는 것이다.

뜻이 맞는 자와 함께 침수된다는 것, 얼마나 로맨틱한가.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나와는 다르게 네게는 살 자격이 있으니까 말이야. 내가 감히 뭐라고 살 자격을 멋대로 정하나 싶겠지만 글쎄 이유를 모르면 그건 또 모르겠네. 나는 단순히 네가 살기를 바라는 걸까. 하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 어렵사리 숨을 쉬며 겨우 연명하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겠어. 그러니까, 나는.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도, 나는,"

 

"언니가 살기를 바라나 봐. 어쩌면, 아주 절실히. 나의 생존보다 더욱."

 

 

입 안에서, 당신을 다시 마주했던 그 순간부터 맴돌았던 말이 울음과 함께 겨우 터져 나온다.

첫 만남 이후로 보여준 적 없는, 흘릴 마음도 없었으나. 멍청하게도 참을 수 없이 흘러나왔다. 왜, 이제야 미련이라도 생긴 것인지. 스스로가 의문을 가졌다.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은데,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싶지도 않은데. 후회라도 하는 건가. 아닌데, 분명 후회는 진작에 묻어두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무엇이···

 

그러다 문득 당신의 눈을 보았다.

미약하게 흔들리는 새하얀 머리카락에 살짝씩 가려졌다가, 곧 다시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완연한 푸르름이.

 

그리고 그 푸름 속에서 영원히 헤엄칠 내가.

살고 싶을지도 모르는 붉음이 희미하게 비쳐 보인다.

이제야 알았다. 나는, 그저.

 

당신과 걸음을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그 종착역이 대지일지라도, 깊디깊은 푸름일지라도···

끝끝내 포말 하는 여름에 다시 휩싸이게 될지라도.

 

당신에게 한 손을 내민다.

바닷물은 이미 골반을 넘어 넘실댄다.

 

그러나 나는 당신과 달리고 싶다.

 

 

"···진여울, 네가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동의했어. 그러니까,"

 

 

우리,

 

 

"절대 놓치지 마!"

 

 

2막으로 가자. 단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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