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6. 00:24ㆍ커뮤/로그
얼어붙고 있다.
점차 느려지는 사고회로에서 이것 하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극심한 추위.
아까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처음으로 병에 감염되고 12시간 후에. 손 끝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발목의 한쪽이 거의 다 얼어붙어간다.
설원 속에 홀로 떨어진 듯한 생생한 감각에 반비례해, 발목에는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게 된다.
아무리 누르고 꼬집어도 신체가 닿는다는 느낌 자체가 오질 않았다.
나는 지금 얼어붙고 있다.
자꾸만 감겨오는 눈과, 이미 감각이 사라진 손끝. 그리고, 왼쪽 발목.
온실 밖에 나가면 평생을 이렇게 살다가 죽어가는 걸까.
···Pollen을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Pollen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역겹다.
해보고 싶던 게 있었다.
옛날 청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의 옥상으로 올라가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떠드는 그 행동.
어려서부터 그것이 하고 싶었다.
친구도 없고, 이제는 가족도 없는 주제에 너무 큰 것을 바란 거였지만.
그럼에도, 혼자서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 얼굴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으니까.
다만 혼자서는 올라갈 수 없을 것 같기에, 가장 친밀했던 후배의 도움을 받았다.
나의 진짜 모습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며,
지금으로서는 가장 믿을만했기에.
후배의 부축을 받아 옥상 앞으로 도달했고,
옥상 앞에 있는 나는 이제 완전한 혼자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예상보다는 확실히 그 풍경이 밋밋했으리라.
새까만 하늘과, 그 무엇도 없는 칙칙한 하늘.
여전히 살을 벨 듯이 스치고 흘러가는 바람과 오한,
두통.
얼어가는 몸.
옥상에 올라도 바뀌는 건 없구나.
옥상에 오른 나는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하늘이 분명히 거짓된 하늘인 것을 알고 있다.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그러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감싸주는, 그런 안락한······
새장 속에.
그런 새장 속에서도 별별 일은 많았다.
어떤 새는 사랑하던 것을 잃었으며, 어떤 새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찾아가고. 어떤 새는 무언가를 끝없이 갈망해 가며 어떤 새는···
···세상을 잃었다.
새장 속에서 세상을 잃었다니.
이 문장도 참 웃기는 것 같다.
눈을 감고, 다시.
천천히 숨을 들이켠다.
얼음이 섞인 것 마냥 차가워진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하니, 내뱉는 숨이 뜨거워지더라.
이상하다. 몸은 차가운데.
내 안에서 순환되고 있는 숨은 여전히 뜨거웠다······.
하지만, 아무렴.
나는 천천히 내려앉는 중이니까.
뜨거운 이 숨도, 응어리진 마음도. 사랑했던 사람들과 이루고 싶었던 꿈도, 소원도, 전부, 전부!
새하얀 겨울 속에서 눈송이로 변한 채 가라앉는다.
이 모든 것은 계획되었던 것처럼, 당연하다는 것처럼 흘러간다.
그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저 가족이 보고 싶다.
감정적으로 굴고 싶다.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울고 싶다.
······.
과거로 가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
오늘따라 공기가 맑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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