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삶을 기록하며

2024. 8. 21. 00:36커뮤/로그

 

 

쉴 새 없이 울었다.

외로운가, 물으면. 그것은 아니었고.

슬픈가, 물으면. 또 그것은 아니었다.

 

슬프지 않으면 나는 무얼 위해 우는가. 나는. 나는······.

한참 동안 양손에 고개를 파묻어 어깨를 떨고 생각해 낸 결과는.

 

나는 떠나간 이야기의 작가들을 위해 울었던 것이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이 세상에는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좁은 새장에서 자라왔기에,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을 지에 대해 묻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이 그들은 떠나가버렸다.

붙잡을 수 없었다.

그들을 붙잡기에는, 일개 개인일 뿐인 나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힘이 없는 내가 미웠지만,

내가 밉기보다는 저들을 사지로 내몬 자들이 원망스러웠다.

너무나도 밉고, 분노스러워서.

 

이렇게 잃어버린 삶들을 어떻게 또다시 찾을 수 있느냔 말인가······.

 

 

 

그리고, 그 감정들과 추모가 모두 지나고 나니.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지펴져 오는 감정이 있었으니······

 

분노.

 

끔찍하리만치 제어하기 어려운 분노가 심장 전체를 갉아먹어가는 듯했다.

미친 듯한 분노에 스스로를 억제하기 어려워진다. 살면서 이렇게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를 통제하지조차 못 한 때가 있던가?

스스로를 향해 끊임없이 물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기물을 파손하고, 어지럽게 만드는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이유? 나를 위한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만 보면 나중에 내가 전부 이 금액을 물어주든가, 해야 하는 일이 오겠지. 개인적으로만 본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많겠지만, 나는······

저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목숨을 빼앗긴 자들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허무하지 않은가.

인권이라는 게,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이.

일개 몇 명의 욕심으로 인해 이렇게나 쉽게 바스러질 수 있던 것이었나?

일 주 전까지만 했어도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웃었던 친구들이 저들로 인해 바스러지는 모습을 어찌 그저 보고 있기만 할 수 있을까.

 

가빠오는 숨을 억지로 누르며 도착한 곳은 4층.

교무실에 다시 도착해 본 것은, 내가 잔뜩 어질러 놓은 공간.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교무실에서 의자들을 전부 끌고 복도로 나온다.

분노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의자를 들고 창문을 내리친다. 몇 번 강타하니 그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부서진다.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나면서. 귀를 찢을 만큼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머리를 관통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않던가.

 

그렇게 복도의 모든 창문들을 깨 나가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교무실에서 가져온 의자들을 전부 밖으로 던져버리고, 딱 한 개 남겨둔 의자로 창문들을 계속해서 깬다.

이건 단순히 나만의 분노를 위함이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죽어버린 자들에 대한 사죄. 우리를 사지로 몰고 가는 자들에 대한 복수, 반항심, 반기. 우리를 방치하고 실험쥐로 이용해 먹는 연구원들에 대한 분노. 행여나 좀비가 교내로 수없이 들이닥쳤을 때, 언제든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통로 제작.

그렇게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유리의 파손음을 들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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