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5. 18:18ㆍ커뮤/일댈 · 비댓 · 답멘
당신이 제 눈을 가만히 바라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제 가면을 보는 이들은 많이 봤지, 정작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던 터라 조금 민망하기는 하다.
"다른 곳도 궁금해? 편하게 만져봐아. 나는 어디든 상관 없으니까."
라고 말하고는 또 맑게 웃어 보일 뿐이고. 당신이 또다시 제 볼을 건드리자 그저 콕콕 찔리고만 있다가, 옆구리를 만지자 흠칫한다. 방금 뭐였지, 기분이 이상했다. 간지럽다— 는 것이 총평이었지만. ···조금 놀란 낯의 당신을 즐기듯이 지켜봤다. 당신의 리액션이 꽤 마음에 들었달까. 당신이 어린 아이마냥 투정을 부리자, 정말 연인이라도 된 것 마냥. 팔짱을 끼고, 그렇게 엮인 팔로 손 조심스럽게 깍지 껴온다.
"알았어. 음, 그럼. 나 또 너한테 키스해도 돼? 생각보다 이거, 기분 좋다."
라면서 웃어보고.
당신이 죽도를 꺼내자, 가면 쓴 얼굴로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우와. 어디서 가져온 거야? 이거 네 죽도야? 대단하다! 라는 말을 덧붙이는 건 덤이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죽도를 만져보고.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정말 나한테 실망 안 할거야?"
어딘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고 위축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을 냅다 들어올리고선···
"하하! 으응, 생각보다 들만해. 뭐어, 네가 들든 내가 들든··· 일단 되기는 됐네."
당신 끌어안은 채로 당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라. 너도 첫 키스였어? 이상하네··· 테루라면 분명히 몇 번은 누군가와 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완전 인기 많게 생겼잖아, 잘생겼고."
계속 말을 잇다가, 당신이 입을 맞추자 당황해버린다. 제가 먼저 다가가서 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당신이 먼저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음에. 맞대고 있는 동안은 눈을 질끈 감았던 것 같다. 끝이 미묘하게 붉어진 귀와, 어색하게 웃는 표정이 담긴 얼굴을 조금 떨구었다.
"······그, 있지. 테루. 혹시 너는 종교라거나, 그런 거 믿어?"
하는··· 조금은 뜬금 없을 지도 모르는 질문을 건넨다. 어쩐지, 아까 글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처럼 살짝 우물쭈물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