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O

2024. 5. 10. 18:43커뮤/일댈 · 비댓 · 답멘

 

 

"네, 당연하죠."

"제가 손을 잡아도 될까요?"

 

 

저가 손을 잡아도 되냐는 말에, 그는 흔쾌히 응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탈은 아주 간편한 도구다.

표정을 쉽게 가릴 수 있고, 탈 안에서 무슨 표정을 짓더라도. 목소리로 티만 내지 않으면, 그럴듯하게. 또는, 완벽하게. 상황을 넘겨버릴 수 있는··· 거짓말쟁이 배우를 위한 훌륭한 도구다.

그렇다고 이 탈을 처음부터 표정을 가릴 용도로 썼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진실한 목적은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한 용도.

로웬, 너는 내가 널 더욱 웃겨주길 바라면서. 내가 더 웃었으면 해서, 이 탈을 선물했었지.

유감스럽게도 탈의 의미는 변질된 지 한참이 지났다.

탈을 쓴 그는, 여전히 타인을 웃게 만들었으나,

정작 그 탈의 주인은 웃고 있나.

그는 탈을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만졌다. 이 탈, 이 가면. 그 스스로를 아주 오랜 세월 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 보배이자 그 스스로를 끝없이 심연의 끝으로 끌고 가는 흉물. 즉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그가 이 탈을 벗었을 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겁쟁이 버니맨, 겁쟁이 에디!

 

그는 아직 새장에서 나올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 작디작은 손에 느리게 깍지꼈다. 공간이 남네. 그의 손이 당신의 손에 비해 꽤나 커서,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이렇게 보니까, 우리는 정말 닮은 게 없어. 근데, 너랑 계속 동질감이 드는 것 같네. 그래. 그러니까, 세상을 상대로 거짓말을 치는 건 너나 나나 똑같잖아. 실소가 작게 흘러나왔다. 긍정의 의미라 물으면, 그건 아니다. 단지 저와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가 또 존재하는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 가슴이 아팠을 뿐이다. 어이없고, 화나고. 몇 년이나 함께 있었음에도 이제야 당신도 거짓말쟁이였다는 걸 알아채서.

당신이 제 탈을 쓰다듬자, 저도 당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제 탈을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에 담긴 의미 정도는 가볍게 파악할 수 있었다. 너도, 대충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헤헤, 슬픈 표정을 굳이 지을 필욘 없잖아! 나는, 늘 웃어. 토끼탈도 웃잖아. 그러니까, 나도 웃어야지."

 

제 탈 가리키면서, 또다시 되지도 않는 거짓말이나 내뱉을 뿐이다.

그가 벌써 연기를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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