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T

2024. 5. 11. 00:07커뮤/일댈 · 비댓 · 답멘

 

 

죽음은 순간이다.

하지만, 죽음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그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인해 끝이 날까, 시작될까. 어느순간부터 그가 들었던 생각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주 오랜 시간 후에.

그는 죽음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아무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았다.

물론 죽음이 두려운 것은 맞다.

하지만,

그는 이제 죽음으로 인해 빼앗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떤 죽음도 그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을 가져갈 순 없다.

그의 생명을 가져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유감스러우나 그는 그의 생명을 그렇게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중한 이가 생긴 사람의 죽음에 대한 무게는 얼마나 거대한가.

더군다나 그 사람이 저를 믿는다면, 사랑한다면.

내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따라오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는 계속 당신에게 죽음을 물었다.

제가 죽으면 어떨 것 같느냐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죽지 말자고.

그리고,

그 말을 한 후에 당신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생각 외로 당신은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 평소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표정, 어투. 말의 높낮이.

그는 안심했다.

제가 죽는다고 해도, 당신이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하지만, 이제 막 그 생각이 바뀌었다.

당신의 목소리에서,

미묘하게.

슬픔이 묻어 나온 것을 느꼈다.

 

테라 밀포드.

 

당신은 그가 죽는 것을 그렇게나 원치 않아하는 것인가.

 

심장이 뛴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린다.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요 몇 년 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여태까지 불쾌한 감정들만 느껴왔지, 타인으로 인한 초조한 이 감정은······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곧 그는 깨달았다.

이 감정,

그 아이가 죽어갈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두려움? 초조함? 긴장감? ······그것들이 온 몸을 다시금 휘감는다.

심장 박동이 더 빨라진다.

 

자신이 죽을 때 당신도 죽을까봐.

 

그에게 익숙한 두려움이, 다시 그를 반겼다.

 

 

 

 

그는 대답 대신, 당신의 테라리움을 들어 안정된 곳으로 옮겼다.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와락 끌어안았다.

저와 비슷한 건장한 체격, 성인의 숨결.

확실히 그 아이는 아니었으나.

 

단지 그는 무서웠다.

갑자기 소중해진 당신이 사라질까 봐.

 

그럼에도 평소와 같은 어투로 다시 대답한다.

 

"난 너의 말은 잊지 않아, 테라. 그러니,"

 

·········

 

"내 곁에서 사라지지 마."

 

입 안에서 한참이고 맴돌던 그 말이 애석하게도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널 소중한 사람으로 두고 싶지 않은데.

 

너는 도대체 나한테 뭐야, 테라 밀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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