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T

2024. 5. 11. 02:36커뮤/일댈 · 비댓 · 답멘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계속, 함께.

당신의 곁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저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약하고, 한심스러우니.
네가 만족할 만큼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네가 내 곁에 얼마나 오래 있을까, 싶기도 한다.
너는 찰나를 살아가는 작은 인간에 불과하니까— 나완 달리. 네가 오래 산다고 하더라도, 내가 살아온 삶에 비해면 잠시 들렀다 가는 수준이니.

당신과 함께 계속 머물고 싶다.
무색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온기를 나누고 있는 지금에.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과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걸어가기 무섭다. 최종장에선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떠나야 할 때가 올 테니까.
이별.
······겪고 싶지 않은데.
그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을 견디고 또 견디어, 아니, 행여나 견디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당신의 곁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이유는 왜일까. ···감각이 생소하다.

당신이 가까워진 품에 몸을 기대는 것이 느껴진다. 당신과 저의 거리가 조금 더 짧아지도록, 힘을 살짝 주어 끌어당긴다. 이러면 내 향이 더 잘 맡아지겠지. 안정될 거야. 긴장하지 말자, 지금 우리는 구태여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잖아.

그러다 뒤이어진 말에 그는 잠시간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먼저 사라지지 말자는 말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 약속을 하자는 거야. 언젠가 우리 중 하나가 먼저 떠나버리기 마련이라고. 그것이 이치이며, 당연한 것인데도. 너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도······ ···내게 부러 말을 꺼내는 거면.

너도 내가 소중해진 걸까.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당신이 내게 처음으로 건네는 약속이 이런 것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당신도 저를 좋아한다는 뜻이 될 테니까. 당신의 그 약속에, 짧게 대답했다.


"···응, 약속해. 사라지지 않기로."


유난히 덤덤하면서도 짙은 그 목소리는 당신에게 다정했다. 그는 당신에게 새끼손가락 내밀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처럼. ···아마 약속하자는 신체적인 뜻일 것이다. 그의 새끼손가락은 당신의 새끼손가락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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