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T

2024. 5. 13. 19:20커뮤/일댈 · 비댓 · 답멘

 
당신은 고개를 올려 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붉게 빛나는 눈과 마주친다. 온전한 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당신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당신의 눈에서, 저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버니맨이 아닌, 진짜 그가. 특정하지 못하나 분명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과는 다른 그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것이 싫어 당신의 눈을 잠시 회피했다.
하지만, 그 스스로를 받아들여야 당신 또한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는 계속해서 당신을 보려 하고,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 텐데. 그 눈에 자신이 비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사랑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 당신의 품에 제 머리를 가볍게 기대었다. 여기서 내가 나를 받아들이면, 내 과거의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는 거겠지. 더 이상의 연기도 어려울 거야. 최소한, 네 앞에서만큼은. 네 앞에서 더 연기하기는 어려울 테다. 깨끗한 사람인 척 굴어대는 것도, 밝히지 않은 제 나이와 종족과 이름도. ······이 탈에 가려진 저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할 터다.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받아들여야 할 텐데. 네가 내게서 도망치지 않아야 하는데. 너는 내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같은 물음을 계속 반복해도 확고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직 네 전부를 몰라. 그렇지만, 그렇지만. 네가 내게 해준 말을 곱씹을수록, 자그마한 확신이 들게 된다. 그래. 한 번에 너무 많이 말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야. 잠깐 보고 지낼 사이도 아니잖아.
 
당신이 장갑으로 제 눈물을 쓸어준다. 익숙한 장갑의 감각이 눈가에 닿았다. 눈물이 많이 새어나간 탓에 잔뜩 민감해져서 쓰라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 감각이 나쁘지는 않았다, 분명. ···그는 곧 제 장갑을 벗어서, 보지도 않고 탈 위에 대충 던져두었다. 당신에게 처음 보여주는 맨손으로 당신의 눈가를 쓸어준다. 느리게, 부드럽게. 약하게.
 
저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 조금 더 집중해서 당신을 들여다보았다. 소리를 내어 대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한 경청의 신호였다. 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는 말을 곱씹어 들었다. 단어 하나하나, 속에 울음이 들어차있었다. 허나 그것이 행복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너는 뭐가 그리도 두려운 걸까. 나는 네가 그 어떤 형태이든지 간에 널 사랑할 텐데. ······어쩌면 당신도 내가 떠날까 봐 두려운 것일까? 아, 나는 이 두려움을 네게서 어떻게 없애주어야 할까.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떨군다. 불확신함, 두려움, 좋지 않은 기억, ······죄책감, 끔찍한 기억, 구역감, 혼란스러움······. 지금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대략 파악이 되었다. 여기서, 여기서. 인간은 어떻게 하더라. 가벼운 위로 따위라도 해주던데. 그런데, 지금 위로를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나? 그건 아니다. 겪어봐서 아는데, 되지도 않는 위로를 건넬 바에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확신을 주는 것이다.

 


 
 
당신의 입과 맞붙었던 입이 아쉬운 듯 느리게 떨어진다.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렸다. 처음 겪어보는 떨림, 어지러움. 미약한 열감. 허나 이걸로, 그리고 이제 내가 말할 것으로 당신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그걸로 전부 다 되었어. 그는 살짝 붉어진 입술을 열어, 당신의 얼굴 바로 옆에 다가갔다. 마치 귓속말을 하는 것처럼. 그러고선, 당신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어느 봄날, 오후 2시. 어머니가 딸아이를 토닥이며 잠재우듯이.

 

"에드워드 크레센트. 그게 내 이름이야. ······버니 대신에,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래."
 
잠시 뜸을 들이다.
 
"괜찮지 않아도 돼. 그저, 솔직하게 말해줘. 내게 너의 진정한 마음을. 네가 두려워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도 말할 테니까. 사랑하는 테라, 나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여전히 시원한 바람은, 더욱 당신에게 안정이 되는 느낌을 주리라. 그것이 그만의 또 다른 이능력이고, 지금 이 순간에는, 그의 모든 관심과 사랑이 오로지 당신 하나에게로만 향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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