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T

2024. 5. 15. 00:14커뮤/일댈 · 비댓 · 답멘

 

당신이 제 앞에 무릎을 꿇어앉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지금 무언가를 인지하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으니. 하지만 언제부턴가 제 손에 닿을까 말까 한 발목 대신 당신의 무릎이 보인다는 것을 감으로 눈치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쁨? 부끄러움? 죄책감? 혹은, 두려움? ······그의 마음속에 현재 어떤 감정이 들어차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 멍청한 에드워드 크레센트는. 사랑하기에 두려워한다.

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지 않기에, 스스로를 가장 싫어하기에. 미워하기에.

그리고, 정을 한 번 주면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기에.

그날 이후로 그는 중간이 없는 것이 되었다. 200살이나 먹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그는 스스로의 감정과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건강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도대체 어떤 이가 몇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 사람에게만 얽매일까.

죽은 이를 떠나보낼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우리는, 죽은 이를 기억하고 추억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그 한 사람에게 삶 자체가 이끌려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죽은 아이도 필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죽어감에도, 그의 행복을 빌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꼴을 보라. 그는 죽지 못해 살아있고, 죽음만을 바라왔다. 마치 세상을 전부 잃은 사람 마냥········· 자신을 포기했었다.

 

 

'내가 에드워드 크레센트가 아니라, 버니맨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하지 못한 한 문장은 짙은 숨결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선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비록 과거에 사람 여럿을 죽인 전적이 있다고 해도.

사람을 살리지 못했더라도.

후회할 행동을 세상에 너무나도 많이 남겼더라도.

우습게도 선한 사람이 될 순 없었다.

 

당신이 제 몸을 끌어안자, 가만히 안겼다. 여전히 그는 과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당신이 앞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당신이 멀리 떠날 적에는······, 당신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 하나를 남기고 가야 해요."

 

'······나는.'

 

 

"떠나지 말아요. 어디로도 가지 마."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네게서 떠나지 않을래."

 

"······내가 멍청했어, 테라. 있지."

 

 

숨 한 번, 깊게 들이쉰다.

 

 

"너나 나나. 소중한 이를 잃은 건 같은데,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건 똑같은데. 왜, 나는······ 너와는 달리, 자꾸 네게서 떨어지려고 했을까. 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인 양 굴었을까. 어차피 너도 날········· ...좋아하고, 나도, 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그런데. 내게 믿음을 주는 너완 달리 왜 나는··· 네게 그 어떤 믿음도 주지 않았을까."

 

 

···.

 

 

"테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어쩌면,

 

 

"절대로······"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죽지 않을게."

 

 

결국 입 밖으로 꺼내고 만다.

 

 

"너를 혼자 두고 떠나지 않을게. 나는, 나는······."

 

 

······.

 

 

"네가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니까."

 

 

그는 그 자신보다 우선순위로, 당신을 두었기에.

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죽고 싶다고 하더라도.

아득바득 살아남을 것이다.

당신이 저가 살아갈 것을 바라니까. 그러니까, 당신이 저보다 저의 생존을 강력히 바라니까······.

그리고, 그도.

살고 싶어 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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