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5. 12:40ㆍ커뮤/일댈 · 비댓 · 답멘
"잠깐, ㅇ-"
당신이 제 옷깃을 붙들고 다시 입을 맞추기 전에, 숨이나 고르려고 했는데. 제대로 숨을 쉬기도 전에 당신이 제게 입을 맞춰온다. 분명. 분명, 입맞춤을 거절당하지 않아서 기분은 좋은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허나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눈을 질끈 담은 당신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모습까지 귀여워서, 입을 열고서는 조금 더 몰아붙인다. 당신 허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당신의 허리가 그의 큰 양손에 가득 잡힌다. 그렇게 계속 진득하게 입을 맞추다, 정말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입을 떼어낸다. 당신에 따라 저도 거칠게 숨을 내몰아 쉬었다. 살면서 처음 한 경험. 손을 피에 묻히는 게 차라리 더 익숙한 그에게, 이런 진한 입맞춤이라. 당황스럽고, 어려웠지만. 확실히 그에게 좋은 감각을 남겨주었다.
눈앞이 어른거린다. 순식간에 또 다른 감각들이 밀려온 탓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좋은 감각이었기에. 늘 부정적인 감각만 안아왔던 그에게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다. 숨을 골라내며, 붉어진 듯한 당신의 귓가를 손으로 느리게 매만진다. 딸기와 같은 색을 띠게 된 그 귀마저 귀여워 보인다면 어떡하지.
아, 진짜. 에드워드 크레센트. 별게 다 진짜······. 그 스스로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 이런 기분이.
호흡이 차분해졌음에도 여전히 심장이 빠른 박동 수로 뛰었다. 아직 진정이 안 돼서 그런 건가. 아까의 입맞춤의 여파인 건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보려 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새하얗게 안개가 낀 것 마냥, 그 속에서 정리를 하려 해도 앞이 보이지 않아 걸을 수조차 없는 노릇이다. 얼굴과 목, 손에 열이 올라 붉게 달아올랐다. 여기서 더 끝내고 싶진 않은데···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나 할 때쯤에, 제가 좋은 것 같다는 당신의 말에 눈 크게 뜨며 당신 바라볼 뿐이었다. 이어진, 저를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 어색하다. 늘 버니- 라고 저를 부르던 그 목소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진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음악에 어느 때보다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당신이 제 심장 위에 손을 올리자, 장난감의 태엽을 감은 것 마냥 제 심장에 올린 당신의 그 손 위. 그곳에 제 손을 얹는다. 자신의 두근거림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미 당신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는데도 불구하고. 아, 지금 나의 심장박동을 당신도 느끼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은 잠시,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당신이 느끼는 듯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느껴서···. 가만히 당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제 생의 이유를.
"헬리오 밀포드. 그게 제 이름이에요. ···리오라고 불러 주세요."
다시 찾게 된다.
헬리오. 헬리오···. 분명 이 세상에 이런 이름은 어딘가에 또 존재하겠지. 그러나.
당신이 이 이름을 알려준 뒤로부터는,
그의 삶에 있어 헬리오라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인 것이다.
헬리오 밀포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도 될까.
"헬리오. 헬리오···. 리오."
잊기라도 할까 봐. 계속해서 같은 이름을 반복한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당신의 그 이름 석 자가 제게는 너무나도 고귀한 것이라서. 당신 꽈악 안고, 계속해서 이름을 부른다.
"······사랑해, 헬리오. 무엇보다도."
다시금 벅차오르는 감각 때문에 시야가 또 뿌옇게 흐려졌지만. 아무렴 상관은 없었다···. 여기에 우리가 존재하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