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T

2024. 5. 16. 01:06커뮤/일댈 · 비댓 · 답멘

 

 

붉게 물든 당신의 목을 보니, 조금 더 숨이 떨리는 게 아니겠는가. ···난생처음 보았다, 이런 당신의 모습은. 아니, 당신이 아닐지언정. ···이런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던 일이 아닌가? 아니면, 웹툰이라든가. 소설 내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거잖아. 그런데 그 경험을, 다른 이도 아니고 당신이 알려주고 있다니.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좋은 감각에. 떼어진 입은 당신의 목으로 향해, 그 목을 아주 살짝 물었다. 아프지 않고, 감각만 있을 정도로. 목을 물은 채 그 부위를 혀로 핥아 올린다. 이러면, 당신이 또 어떤 귀여운 반응을 보일까. ···허나 그는 자신이 정확히 왜 이러는지 모른다. 그저 제 육신이 그런 행동을 하라고 이끌었다. 이끌림에, 이끌렸다. 어느샌가 저를 이끄는 당신에 그대로 이끌리듯이······. 당신의 목을 물었던 입은 다시금 당신의 입을 탐하였다. 어쩌면, 아까보다 조금 더 숨이 차고 부끄러워질 소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적막한 공간을, 두 입이 얽히는 소리와 점점 가빠오는 호흡 소리가 메워버린다. 그 스스로 더욱 부끄럽다고 느껴질 때쯤, 입을 떼어낸다. 아, 이거. 어린애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후회감이 살짝 몰려왔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당신이 제 이름을 부르자, 조금 더 정신을 차린 채 당신을 보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숨은 찼지만··· 상관없나. 

다시 당신의 눈이, 액체들로 가득 고인다. 왜 울어, 그만 울어. 네 앞에 내가 있는데 웃지 못할 건 뭐야. ······미워하는 의미로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상황이 조금 기뻐서 생각했던 것이라고 봐야겠지. 우는 당신의 얼굴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볼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조금 더 다정하게, 짓궂지 않게. 이것은 욕구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존재 증명에 더 가까웠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표하는. 나 여기 있어, 리오.

 

입술이 다시 부딪히자, 그때 바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아, 이거. 한 순간에 너무 많이 입을 맞추는 거 아닌가? 민망하게. ···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0년 산 용에게는 인간의 문화가 어색할뿐더러- 이런 깊은 스킨쉽은 해본 적이 아예 없었으니까. 200년에 걸쳐서 할 걸 지금 몰아서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름 용기를 냈던 당신의 행동이 귀여워 당신의 이마에 짧게 입 맞춘다. 이것은, 애정의 의미였다. 

 

그러다, 사랑한다는 당신의 말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이 줄곧 꺼내지 않던 그 말을··· 두 번이나 듣는다. 멍해지는 감각이 이런 것이었던가. 그는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다가, 이전 그와 당신이 입을 맞추었던 그때보다 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놀란 표정은 숨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기뻐서. 수십 번의 사랑해에 돌아온, 당신의 다정한 사랑해요라서. 활짝 미소 지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그 선명하고 맑은 미소를.

 

 

"언제 그 말 하나 했어. ······농담이고, 많이 기다렸어. 네가 그 말을 하기까지."

 

"나도 사랑해, 헬리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두세 번 정도 사랑의 단어를 반복하고 나서야 그는 멈출 수 있었다.

 

 

"······네가 사랑한다고 할 만큼, 내가 값진 사람인 거. ···맞지?"

 

 

다시 물어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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